우주, 우리가 태어난 세계
아득하고도 광대한 이곳은, 아직도 제대로 알지못하는것 천지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상상하였다
언젠가 우리와 같은 지성체가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다가올 그 순간을 말이다
20세기 우주 개발이 경쟁적으로 시작된 이래,
무수히 많은 소설과 영상매체에서 다루었던 이야기들,
그중에서 약 다섯가지의 잘 알려진 외계인과의 조우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해보고자 한다
1. 라마와의 랑데부 ( Rendezvous with Rama )
랑데부는 남녀간의 만남을 뜻하는 불어이며, 두개의 우주선이 서로 피해없이 밀착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SF 소설계의 거장인 아서 클라크의 대표적인 작품인 이 소설의 시작은 매우 특이하다
인간들은 태양계로 날아오는 거대하고 시커먼 원통을 발견하는데,
처음에는 유성으로 여겼지만 관측 결과 이것은 인공 구조물이였고
이것은 바로 인류의 염원인 외계인과의 조우가 마침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인간은 황급히 세계회의를 소집하고, 탐사대원을 뽑아 원통형의 구조물에 접근한다
기이한 장치 몇개를 돌려 손쉽게 내부로 진입한 탐사대원들은 위 같은 광경을 보게된다
끝없이 펼쳐진 도심과 바다, 구름, 바람, 천둥... 외계인이 사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광경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체는 없었다
태풍에 이름을 짓듯, 힌두의 신에서 따온 라마(Rama)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이 세계는, 인류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유지한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시의 외관도 퍽 이상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매끈한 구조에 인간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탐사대와 인류는 들뜨기도 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탐사대원들은 신기술로 만든 1인 열기구를 타고 원통의 세계를 누비다 추락하는데, 그때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바다에서 튀어나온 기괴한 괴물의 모습, 이것이 바로 첫번째 외계인과의 조우였다
다리 9개 달린 거미같은 괴물은 탐사대원의 열기구를 잘게 분해해서 등에 실었으며, 인간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채 떠나간다
무수한 인간들이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첫 만남이라기엔 퍽 실망스러운 첫 조우였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생김새의 두번째, 세번째 괴물을 만나는 탐사대원들은 그들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영혼이 없는 기계임을 자각한다
그러는 사이 원통의 세계는 어느덧 태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태양의 열기에 탐사선이 녹아내릴 위험에 빠져 대원들은 세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급해진 인류는 도시를 절단하고 내부로 들어가는 행동을 해보는데,
그곳에서 수많은 홀로그램과 손이 3개 달리고 인간보다 훨씬 큰 우주복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구조물에 둘러쌓인 한송이의 꽃으로 추정되는 식물을 발견하곤 그것을 꺾어 가져간다
이 꽃은 라마인의 선물이었을까? 라마의 해치를 닫는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원통의 세계는, 인류의 기술은 한참 뛰어넘는 물리법칙을 사용하며
태양을 통해 에너지를 충천하고 우주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혹자들은 이 라마인들은 골디락스 존으로 향하는 세대 우주선이며,
라마인들은 도시 아래에서 동면중이고, 언젠가 목적을 이루는 그날 부활할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들이 선교사라는 이야기도 있고, 자신들의 세계가 멸망함을 직감한 탈출선이라는 얘기도 있다
열린 결말이므로 모든 것은 독자의 상상이다
2. Childhood's End (유년기의 끝)
유년기의 끝이라는 제목은 매우 함축적이다
해석에 따라 인간의 진화를 뜻하는 말이 될 수 있고, 인간의 멸망을 뜻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느날 지구에 아주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난다
그 속에 있는 외계인들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는 적의가 없으며, 그저 당신들에게 호의를 베풀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인간 세계를 돕기 시작하는데,
이로인해 인간 세계에선 전쟁이 종식되고, 차별이 종식되고, 불협화음이 종식되고,
점차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게 된다
마침내 단일국가로서 엄청난 문명의 발전을 이룬 인류 앞에 등장한 그들의 모습은
고대부터 그려오던 '악마'의 형상 그 자체였다
시뻘건 몸에, 박쥐같은 두 날개와 산양의 뿔을 합친 매서운 눈매의 괴물
그것이 인류에게 엄청난 발전을 가져다준 외계인이었던 것이다
인류는 경악하지만 지난 50년간 악의없이 자신들을 발전시켜준 선의를 알기에 거부없이 그들을 받아들인다
자신들을 '오버로드'라고 소개한 그들은,
'오버마인드'라는 거대한 존재가 인류의 멸망을 감지하고, 오버로드를 파견하여 인류를 도왔다고 설명한다
인류는 언젠가 자기들이 서로 싸워 자멸할 종족이었고 오버마인드가 그들을 구해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한 이야기가 사실이든 거짓이든,
인류는 궁극적인 진화를 거듭하여 육체를 벗어난 '영(影)'적인 존재가 되고,
지구를 더이상 쓸모없는 행성이라고 판단하여 스스로 지구를 소멸시키기에 이른다
수십억 종의 생명체의 보고이자 인류를 탄생시켰던 어머니 지구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지고,
영적인 존재가 된 인류들은 자신들을 구해주었다는 오버마인드가 있는 우주를 향해 떠나게 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유년기의 끝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될 것이다
인류는 결국 외계에서온 악마에 의해 영적인 존재가 된 대신에 모성을 잃었다
이것은 인류의 진화임과 동시에 인류의 멸망인 것이다
3. 솔라리스 (Solaris)
이 소설은 지구 중심적인 인간관의 탈피를 보여준 작품이다
먼 미래, 인류는 매우 특이한 행성 하나를 발견한다
모든 것이 물로 이루어진 천왕성과 해왕성 같은 모습의 행성,
매우 위험하고 비정상적인 위치에서 기이한 전파를 뿜어내는 이 행성은 과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탐사대가 도착하여 발견한 행성의 상태는 더욱더 경이로웠다
이 행성은 스스로 궤도를 조절할 수 있고, 우주로부터의 위험을 자체적으로 차단하며
바다에 표류중인 인간 탐사대의 물건을 복제해서 가져다 놓거나, 심지어 탐사대원의 생각과 기억마저 읽는 듯한 정황들이 발견된다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탐사대원을 서정적인 공포에 휘말리게 만든다
탐사대원들의 죽었던 가족과 연인들이 솔라리스의 바닷물을 통해 새로이 만들어져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환각이라고 치부해 무시했던 것들이 점점 실체로 다가오는 모습,
따뜻한 육체를 가지고 같은 말을 할줄 아는 모습을 본 탐사대원들은 엄청난 공포감과 동시에 죽었던 사람들의 재회가 너무나도 소중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 '물건'들이 실체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은 그들의 정신을 점차 지치게 만들었으며
솔라리스가 만들어낸 인간들 역시 탐사대원들의 뇌에서 나온 단편적인 기억만 갖고있는 모순 덩어리임을 자각하곤 스스로 자살에 이른다
탐사대원들은 솔라리스에게 분노도 하고, 고함도 치고, 솔라리스와 대화하려 어떠한 방법이든 강구하였으나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채, 솔라리스를 떠나게 된다
이 소설은 외계인이 우리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거라는 대단히 인간중심적인 시야를 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4.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방송작가가 집필한 이 소설은 인간의 경솔한 우주관을 비판한 작품으로,
어느날 지구에 등장한 외계선은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몇일 뒤에 지구를 직통하는 고속도로가 깔릴 예정이니, 지구인들은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지구는 개박살이 난다
촉수를 가진 더러운 건설교통국 외계인들의 계고장 한장에 지구는 대 패닉 상태에 빠지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고속도로가 깔리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인류는 나름대로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우주에서는 그저 고속도로 앞 개미집에 불과한 매우 한심한 상태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으로
우리는 사실 누군가의 재채기에서 튀어나온 침방울에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소름돋는 주제의식을 던지는 작품이다
5. 파피용 (Le Papillon Des Etoiles)
국내에서는 유명한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역작으로,
많은 SF의 요소들을 마이너카피한 아류작이라고 불리지만
그 주제만큼은 몹시 감명깊다
소설 속의 인류는 극도의 과포화상태로, 언제나 싸움이 벌어지고 테러가 일어나며
정부는 독재를 하고 종교는 살인을 부르고 환경은 무자비하게 파괴된,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을 그린다
당시 과학자인 이브는 어느 괴상한 재력가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우주선을 건설하여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파피용 프로젝트"를 개시한다
여기서 파피용은 불어로 나비라는 뜻이다
지구인들의 극심한 반대와 파괴공작에도 굴하지 않고 14만 4천명을 태운 우주선은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우주선 속에서 최초의 살인이 일어나고, 감옥이 생기고, 경찰이 생기고, 헌법이 생기고, 정부 수반이 탄생하며
파피용은 지구가 걸어왔던 모든 인간의 역사를 답습한다
14만 4천명의 매우 평화로운 사람들만 선별해서 뽑았음에도 최초의 전쟁으로 수만명이 사망하고,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왕'이라는 개념이 출현하며,
전염병이 발발하고, 독재의 시작, 나무로 만든 투석기는 파피용의 전등을 부순다
천년간의 항해 끝에 마침내 생명체가 살수있는 행성에 도착했을때
남아있는 인류는 단 6명이었으며, 그중에서 또 2명만이 선별되어 행성에 도착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최초의 과학자의 이름을 딴 '이브'와 아드리앵이라는 이름을 쉽게 발음한 '아담'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데,
짐작하겠지만 이것이 바로 지구의 시작이다
즉 외계인은 우리 인류인 것이다
이렇게 다섯가지의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린 소설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 인류는 신대륙에서 피부색이 다른 인류를 마주했듯, 분명 언젠가는 외계인과 만날 것은 분명하다
허나 그 모습과 행동양상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지도 말고 추측하지도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이 자체적으로 상상한 모습이 이정도인데,
실체는 더 할 것이니 말이다
솔라리스 영화랑 이야기가 좀 다르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