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두 가지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사용자에게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은행 안에 개인의 계좌가 필연적으로 설치될 수밖에 없다. 즉, 한은법의 개정이나 신규 법령 추가가 필요한 사안이다. 다른 하나는? 은행업의 정의가 완전히 바뀐다는 점이다. 각 은행은 주로 대출업에만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물론 디지털 화폐가 좋은 점은 더 있다. 근본적으로 디지털 화폐에는 (정의에 따라 개념이 달라지기는 하겠으나) 프라이버시가 없다고 봐야 한다. 발행자가 인플레이션을 늘리고 싶거나 줄이고 싶을 때 마음대로/마음놓고 개입할 수 있을 것이며, 가령 중국의 디지탈 화폐 실험처럼, "사용 기한"을 집어넣어서, 디지털 화폐가 계좌로 컴백하지 않도록, 실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거시경제정책 담당자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주체가 차라리 페이스북이었으면 나았을 걸, 중국이니까 문제다. 왜냐, 오늘 WSJ에서 중국의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심층 기사를 냈는데, 여러분들이 익히 예상하는 문제와 같다. 중국 CBDC에는 (당연히?) 프라이버시가 없으며, 국제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하나 있다. 비-중국인들이 중국 CBDC를 활용할 길이 생기는 경우, 이론적으로 SWIFT를 벗어날 우회로가 열린다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22년 동계올림픽 외국 선수들에게 테스트로 디지털 위안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도 어떻게 우회를 할 방법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미 중국은 SWIFT망과는 좀 다른 금융망인 CIPS를 구축하고 있으며 물론 이 금융망이 여기서 얘기하는 CBDC와는 맥락이 다르지만,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확대될 경우 CIPS도 분명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SWIFT의 무력화다.
사실 CBDC를 위한 전 세계적 유통과 정보교류, 감시 등을 위한 국제규칙을 만들자는 중국 제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서방측(21세기에 서방측이라는 얘기를 해야 하다니...)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위에 말했듯, 근본적으로 CBDC는 프라이버시를 없앤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 최대한 빠르게 연구하고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공자님 말씀같은 결론이다. CIPS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SWIFT의 한 갈래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게 SWIFT로 갈래, CIPS로 갈래의 문제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CBDC 위안의 유통이 거대해지면 이건 좀 다른 게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